Poem

이름 - 이시영

차 지운 2017. 8. 7. 15:40

       

   




이름 - 이시영

 

 

밤이 깊어 갈수록

우리는 누군가를 불러야 한다.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았을 때

잠시라도 잊었을 때

채찍 아래서 우리를 부르는 뜨거운 소리를 듣는다.


이 밤이 길어 갈수록

우리는 누구에게로 가야 한다.

우리가 가기를 멈췄을 때

혹은 가기를 포기했을 때

칼자욱을 딛고서 오는 그이의

아픈 발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누구인가를 불러야 한다.

우리는 누구에게로 가야 한다.

대낮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

현제의 찬 손일지라도

언젠가는 피가 돌아

고향의 논둑을 더듬는 다순 낫이 될지라도

오늘 조인 목을 뽑아

우리는 그에게로 가야만 한다.


그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부르다가 쓰러져 그의 돌이 되기 위해

가다가 멈춰 서서 그의 장승이 되기 위해

  


 

 

(Words - F.R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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