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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김 남주

설날 아침에 - 김 남주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그릇에도 내리고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뭐하러 왔냐 때때옷도 없고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 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행여 ..

Poem 2022.02.02

세월앞에서... 김남조

♬ El Condor Pasa - Leo Rojas 세월앞에서.. 김남조 우리는 다시금 삶의 긍정을 실하게 챙겨 들고 가는 해와 오는 해의 교차로에 서 보기로 하자. 숙연히 고개 숙여지고 가슴속엔 참숯 숯불화로, 불씨 가득 붐비고들 있다. 그의 탓이라 그의 탓이라고만 말고 나의 탓이너니 나의 탓이어니 뉘우침 삭이면서 용서와 안아 들임을 넉넉히 마련하기로 하자. 찰랑이는 옥빛 물을 머리 위에 이고 가는 옛날 연인들, 우리도 그와 같이 한다면 삶의 목마름을 그 물로 해갈하게 되리라. 하지만 이쯤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세상살이 그렇게 톱니바퀴 맞물리듯 만만하게 보았더냐고 반문하는 그 음성을. 사실로 말하건데 우리의 현실은 소리를 지를 만큼 슬프고 원통할 때가 허다하다. 일년 내내 시린 손이요...

Story 202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