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송년회 / 목필균

차 지운 2016. 12. 20. 14:40


          + 송년(送年) / 박인걸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年終)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작심삼일이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 송년회 / 목필균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들면
          허름한 돈암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둘이서
          지폐 한 장이면 족한
          그 집에서 일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