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그리움에게 - 최석근
우리 지친 그리움을 위하여 고독의 잔을 비우자
언제 이었던가 너의 하얀 손이 고독한 내 어깨에 바람의 노래로 내려앉았던 그때가
보랏빛 도라지꽃을 가슴에 안고 초록빛 바람으로 닿는 향기를 맡으며 가슴으로 들어가는 순한 숲의 사슴이 되어 수줍던 발자국을 남기며 서로의 고고한 이성을 만지던 그때가
그리움도 익어지면 푸르던 잎이 떨어지고 햇살을 쫒아가던 해바라기 마저도 고개를 떨구지않던가
깊어진 상념으로 서로의 그리움 가슴에는 웅덩이만 깊어지고 마음 샘에는 눈물만 길어 오르고 있으니 이제 우리 그리움이 익어 숙여지는 저녁 강가로 가자
네가 앞서가고 내가 뒤에 흐른들 어떠리 그래도 한 물로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저문 강물로 흘러가자
서로 어깨를 닿아 흐르지는 못하여도 어딘가 흐르고 있을 아득한 강물로 흘러가자 끝없이 지쳐가는 우리의 그리움을 위하여 이제 고독의 잔을 비우자
(Amazing Grace - Melinda Dumitresc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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