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홍시 / 김시천

차 지운 2016. 10. 19. 12:25



홍시 / 김시천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물처럼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다구니 쓰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 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고
잘난 것만 보지 말고 못난 것들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 걸 그랬어
잠깐인 것을, 세월 정말 유수같다는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았을까

낙락장송은 말고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이나 졸졸거리고 산감 나무 한 그루
철마다 흐드러지면 그만인 것을
무어 더 얼마나 부귀영화 누리자고 그랬나 몰라

사랑도 익어야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사랑도 기다려야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왜
몰랐나 몰라

나도 이제쯤에는 홍시가 되면 좋겠어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으면 좋겠어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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