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Monet, Apple Trees on the Chantemesle Hill
가을입니다 /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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