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별들의 침묵 / 막존지해

차 지운 2015. 6. 25. 18:48

 

막존지해 (莫存知解) 

 
 
'神光不昧 萬古徽猷  
신명스러운 광채가 어둡지 아니하여 만고토록 아름다우니,
 入此門來 莫存知解  
이 문에 들어오는 이는 사량분별 하지 말라
 
- 중봉명본
 
사찰의 입구에서 흔히 보는 글귀이다
알음알리는 온갖 쓰레기같은 지식과 정보들이다
부처님 안에 들어오려면 그동안 익힌 세속적인 지식들이 장애가 된다
그런 지식을 다 버려야 빛을 발한다
신령스런 본연의 광명을 이해하고 깨달아서
나의 살림살이가 되려면 모든 망념을 버려야 한다
 
- 무비스님
 
 
 
 
별들의 침묵 / 데이비드 웨이고너 


한 백인 인류학자가
어느 날 밤 칼라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여기면서

농사를 지은 적도 없고
사냥할 도구도 변변치 않으며
평생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온
두 명의 키 작은 부시맨이
그 인류학자를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데려가
밤하늘 아래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이 속삭이며 물었다
이제는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느냐고
그는 의심스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시맨들은 그를 마치 아픈 사람처럼
천천히 모닥불가로 대려간 뒤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라고, 참으로 유감이라고

인류학자는 오히려 자신이 더 유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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