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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도를 보려하면

차 지운 2016. 6. 8. 11:09

         

         

         

        도를 보려는 마음을 가지면 도리어 도에 미혹하고
        편안함을 구하는 마음을 두면 오히려 편안치 않네.
        편안함 없는 곳에서 편안하고 보는 것 없이 보아야
        바야흐로 이 일이 복잡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 원감충지(圓鑑冲止, 1226-1292)

        정존견도환미도(情存見道還迷道)
        심요구안전불안(心要求安轉不安)
        안도무안견무견(安到無安見無見)
        방지차사물다반(方知此事勿多般)

         


        도를 보려 하거나 깨달음을 얻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보지 못하고 얻지 못합니다. 도라고 하건 깨달음이라 하건,

        그 이름들이 가리키려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나머지가 없는

        전체라서 결코 대상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생각 일으켜 어찌 하려고 하면 그만 어긋나 버리는 것입니다.

        편안함을 구하는 마음이 있는 한 편안하지 않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을 구하는 마음이 바로 편안함과 편하지 않음을

        둘로 나누어 놓는 분별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편안하다고 집착하는 순간 저절로

        그 반대편에 편안하지 않음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헤르만 헷세(Herman Hesse, 1877~1862)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행복을 찾아 쫓아다니는 한
        당신은 아직 행복을 누릴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입니다.
        비록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 당신의 것이 된다 해도.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고
        목표를 정하고 초조하게 있는 동안은
        당신은 아직 평화의 뜻을 모르고 있습니다.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어떠한 목적도 욕망도 모르고
        행복이란 말을 부르지 않을 때

        그때야 비로소 세상의 만사 흐름은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요,
        당신의 영혼은 안식을 찾을 겁니다.

        완전한 편안함은 편안하지 못함마저 포함하고 있는 편안함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편안함에는 편안함이 따로 없습니다.

        진정으로 보는 것에는 보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아무것도 볼 것이 없다는 것을 본 것이 참으로 본 것이요,

        아무것도 깨달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참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참된 도의 입장이라면 이미 ‘도’라는 이름부터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니 도라는 것을 보려 하고 깨달으려 하는 것은 이미 병이 깊은 것입니다.

        이 일은 그렇게 복잡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한 없이 단순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오히려 번거로운 일입니다.

        (손가락으로 허공에 점을 찍으며) 그저 이 일입니다!


        - 몽지님

         
        첫사랑 / 조병화

        밤나무숲 우거진
        마을 먼 변두리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 소리
        유월 논밭에 깔린
        개구리 소리

        아, 지금은 먼 옛날
        하얀 달밤
        밤꽃 내
        개구리 소리

        ♪try to remember

        * JULIAN 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