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눈썹 달 / 신달자

차 지운 2016. 4. 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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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

속이 비었나봐
화장이 진해지는 오늘이다
결국은 지워 버릴 속기(俗氣)이지만
마음이 비어서 흔들리는
가장 낮은 곳에 누운 바람이
붉은 연지로
꽃이 핀다
아이섀도의 파아란
물새로 날아 오른다
안으로 안으로 삭이고만 살던
여자의 분냄새
여자의 살냄새
대문 밖을 철철 흘러나가
삽시간 온 마을 소문의 홍수로
잠길지라도
진해버려
진해버려
쥐 잡아 먹은 듯
그 입술에 불을 놓아 버려
결국은
색과 향이 있는
대담한 사생활은
그저 이것 하나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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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썹 달

어느 한(恨) 많은 여자의 눈썹 하나
다시 무슨 일로 흰 기러기로 떠오르나
육신은 허물어져 물로 흘러
어느 뿌리로 스며들어 완연 흔적 없을 때
일생 눈물 가깝던 눈썹 하나
영영 썩지 못하고 저렇듯 날카롭게
겨울 하늘에 걸리는가
서릿발 묻은 장도(粧刀) 같구나
한이 진하면 죽음을 넘어
눈썹 하나로도 세상을 내려다보며
그 누구도 못 풀 물음표 하나를
하늘 높이에서 떨구고 마는
내 어머니 짜디짠 눈물 그림자

詩 / 신달자



                        Symphony Pathétique Op. 74, Tchaikovsky / 비창 - 차이콥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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