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나무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나희덕

차 지운 2016. 1. 9. 14:19

        나무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 나희덕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만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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