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날 ----- 릴케

차 지운 2020. 11. 23. 11:54









아침산책... 갈대숲 으로의 초대 /숨어우는 바람소리 김재성.




가을날        -----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무거워져가는 포도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에 없는 자는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토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그를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혜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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