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차 지운 2020. 11. 29. 09:16




대놓고 색기 부리던 단풍 
땅에 내려 흙빛 되었다. 
개울에 들어간 녀석들은 
찬 물빛 되었다.
더 이상 뜨거운 눈물이 없어도 될 것 같다.

눈 내리기 직전 단색의 하늘,
잎을 벗어버린 나무들,
곡식 거둬들인 빈 들판,
마음보다 몸 쪽이 먼저 속을 비우는구나.
산책길에서는 서리꽃 정교한 수정 조각들이 
저녁 잡목 숲을 훤하게 만들고 있겠지.
이제 곧 이름 아는 새들이 
눈의 흰 살결 속을 날 것이다.
이 세상에 눈물보다 밝은 것이 더러 남아 있어야 
마감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견딜 만한 한 생애가 그려지지 않겠는가?



또다시 겨울 문턱에서 -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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