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10월 - 오세영

차 지운 2020. 10. 25. 15:40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詩 / 청원 이명희  (0) 2020.11.09
11월 /최갑수  (0) 2020.11.01
산사의 가을  (0) 2020.10.18
시월 - Robert Frost  (0) 2020.10.18
가을 편지1- 4 - 이해인  (0)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