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편지1- 4 - 이해인

차 지운 2020. 10. 10. 14:04
  
가을 편지1- 4 - 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 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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