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1- 4 - 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 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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