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 박경리

차 지운 2019. 11. 17. 12:53


그림/artsaus


        * 가을 / 박경리

        노오란 은행나무
        군데군데

        붉은 지붕 푸른 지붕
        군데군데

        고속도로 가득히
        석양은 깔려 있고
        들판 볏가리 위에
        새들
        하루 마지막을 쪼고 있다

        초라한 내 생애의 가을
        차창 밖에는
        눈부신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 삶 / 박경리

        대개
        소쩍새는 밤에 울고
        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

        풀 뽑는 언덕에
        노오란 고들빼기꽃
        파고드는 벌 한 마리

        애닯게 우는 소쩍새야
        한가롭게 우는 뻐꾸기
        모두 한 목숨인 것을

        미친 듯 꿀 찾는 벌아
        간지럽다는 고들빼기꽃
        모두 한 목숨인 것을
        달 지고 해 뜨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Beneath Still Waters - Emmylou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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