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국화 차를 달이며 / 문성해

차 지운 2019. 11. 10. 16:31




        * 국화차를 달이며 / 문성해

        국화 우려난 물을 마사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든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국화차
이미지 인터넷펌


                                                                                                        내마음의 기도 / 명상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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