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 ...서정윤

차 지운 2015. 10. 6. 17:16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 ...서정윤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
나에게서 떠난 먼 여행,
나무들이 구름을 흔들고
햇살은 반갑지 않은 것들로
그물을 짠다

어둠의 먼저 묻어나는 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
참새들은 끊임없이 허수아비를 만들고
배신은 어디에서나 이루어진다
반짝이는 눈의 여우가 아닌
본질의 나,
용서할 수 없어도
이해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하늘은 밝음을 향해 선 자의 것이라고
분노하며
다시 허물어지는 그 어디,
체념을 배우며 지나는
설명되어지지 않는 황홀을 느낀다


 

 

 

 


눈 물 ...서정윤



아직도 가슴에 거짓을
숨기고 있습니다.
늘상 진실을 생각하는 척하며
바로 사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만은 그 거짓을 알고 있습니다.

나조차 싫어지는 나의 얼굴
아니 어쩌면
싫어하는 척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습니다.
내 속에 잇는 인간적,
인간적이라는 말로써
인간적이지 못한 것까지 용납하려는
알량한 <나>가 보입니다.

자신도 속이지 못하고
얼굴 붉히며 들키는 바보가
꽃을, 나무를,
하늘을 속이려고 합니다
그들은 나를 보며 웃습니다.
비웃음이 아닌 그냥 웃음이기에
더욱 아픕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가슴 다 보여 주며 웃을 수 있을지요

눈물나는 것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슬픈 시 ...서정윤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 나 >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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