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따뜻한 편지 ... 곽재구

차 지운 2018. 5. 5. 18:34

 

 

 

따뜻한 편지 ... 곽재구

 

 

 

당신이 보낸 편지는

언제나 따뜻합니다

물푸레나무가 그려진

10전짜리 우표 한 장도 붙어 있지 않고

보낸 이와 받는 이도 없는

그래서 밤새워 답장을 쓸 필요도 없는

 

그 편지가

날마다 내게 옵니다

 

겉봉을 여는 순간

잇꽃으로 물들인

지상의 시간들 우수수 쏟아집니다

그럴 때면 내게 남은

모국어의 추억들이 얼마나 흉칙한지요

 

눈이 오고

꽃이 피고

당신의 편지는 끊일 날 없는데

 

버리지 못하는 지상의 꿈들로

세상 밖을 떠도는 한 사내의

퀭한 눈빛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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