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개안(開眼) / 박목월

차 지운 2018. 1. 4. 15:28




        개안(開眼) / 박목월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神이 지으신
        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至福한 눈
        이제 내가
        무엇을 노래하랴.
        神의 옆자리로 살며시
        다가가
        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
        神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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