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2월의 독백 / 오광수

차 지운 2017. 12. 14. 13:50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치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jeg ser deg sote lam - Susanne Lund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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