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영혼의 고요한 밤 - 김현승

차 지운 2017. 11. 29. 11:47
   





영혼의 고요한 밤 - 김현승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영혼의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스치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육신의 높은 언덕 그 위에 서서

얄리얄리 보리 피리 불어주던……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누구의 감는 갈피엔가

뉘우치며 되새기며 단풍잎 접어 넣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낙엽보다 쓸쓸한 쓰르라미 울음소리

내 메마른 영혼의 가지에 붙어 우는……

 

고요한 가을 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책상 위에 고요히 턱을 고이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 버린 다 읽어 버린……


 


(Amazing Grace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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