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서로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차 지운 2017. 11. 23. 17:27
   




서로가 그리운 날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 빛 사연은

그 여름의 무심한 강녘에

찌글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나를 허물어

나를 기달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욕망을 짚고

서 있던 잘 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참아낼 수 있으리다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 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째 백 사슴을

통째로 쓸어버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었느냐고...

 

 

 

 


(사랑해도 될까요 - 유리상자)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의 고요한 밤 - 김현승   (0) 2017.11.29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0) 2017.11.27
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0) 2017.11.21
자화상 / 유안진   (0) 2017.11.14
당신 / 김용택  (0) 2017.11.12
  • 현재글서로가 그리운 날 – 양현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