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 빛 사연은 그 여름의 무심한 강녘에 찌글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나를 허물어 나를 기달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욕망을 짚고 서 있던 잘 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참아낼 수 있으리다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 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째 백 사슴을 통째로 쓸어버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었느냐고...
(사랑해도 될까요 - 유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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