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Mitchev 자화상 / 유안진 한 오십년 살고보니 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눈과 서리와 비와 이슬이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바로 나였음을 알아라 수리부엉이 우는 이 겨울도 한밤중 뒷뜰 언 밭을 말달리는 눈바람에 마음 헹구는 바람의 연인 가슴속 용광로에 불지피는 황홀한 거짓말을 오오 미쳐볼 뿐 대책없는 불쌍한 희망을 내 몫으로 오늘 몫으로 사랑하여 흐르는 일 삭아질수록 새우젓갈 맛나듯이 때얼룩에 쩔을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웠어도 서로 다른 꿈을 꾸며 끊임없이 떠나고 떠도는 것이다 멀리 멀리 떠나갈수록 가슴이 그득히 채워지는 것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는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과 땅만이 살 곳은 아니다 허공이 오히려 살 만한 곳이며 떠돌고 흐르는 것이 오히려 사랑하는 것이다 돌아보지 않으리 문득 돌아보니 나는 나는 흐르는 구름의 딸이요 떠도는 바람의 연인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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