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의 시 – 김현승

차 지운 2017. 11. 10. 13:26






가을의 시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를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가을 나그네 - 소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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