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이 순간/피천득

차 지운 2016. 12. 6. 18:00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라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Symphony No 4 in G major

                    -
                    Gustav Mah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