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넉넉한 마음 / 김재진

차 지운 2016. 6. 13. 14:01


          넉넉한 마음 / 김재진


          고궁의 처마 끝을 싸고도는
          편안한 곡선 하나 가지고 싶다.
          뾰족한 생각들 하나씩 내려놓고
          마침내 닳고닳아 모서리가 없어진
          냇가의 돌멩이처럼 둥글고 싶다.
          지나온 길 문득 돌아보게 되는 순간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는
          정직한 주름살 몇 개 가지고 싶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속이며 살아왔던
          어리석었던 날들 다 용서하며
          날카로운 빗금으로 부딪히는 너를
          달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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