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새는 꽃가지에 오르더라 / 그리운 것은 산 뒤에 있다

차 지운 2016. 5. 19. 10:22


       

      낱낱마다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환하고
      사람마다 발밑에는 맑은 바람이 부네.
      거울을 부서뜨리니 그림자의 흔적 없거늘
      새는 한 번 울며 꽃가지 위로 오르더라.

      - 소요태능(逍遙太能, 1562~1649)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
      인인각하청풍불(人人脚下清風拂)
      타파경래무영적(打破鏡來無影跡)
      일성제조상화지(一聲啼鳥上花枝)

      모든 사람의 눈앞에는 밝은 마음 달이 환히 떠 있습니다.

      홀로 밝은 이 마음 달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세계를 비추고 있습니다.

      삼라만상과 두두물물이 바로 이 마음 달의 그림자입니다.

      또한 우리 각자의 발밑에선 맑은 진리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 번 손을 들어 올리고 한 번 발걸음을 옮기는 바로 그 자리가

      영원히 변함없는 진리의 바탕입니다.

      손이 없는 사람이 차를 마시고, 발이 없는 사람이 길을 갑니다.

      인생이란 거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와 같습니다.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있지 않습니다.

      그림자가 나타나니까 그것을 비추는 거울 같은 실체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습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새 한 마리는 한 번 울며 꽃가지 위로 오릅니다.

      모란이 진 다음에는 작약이 핍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옵니다.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또 만나지만,

      만남도 없고, 헤어짐도 또한 없습니다.

       

      - 몽지님

       


       

      그리운 것은 다 산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난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않는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긑에 있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연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뒤에 있다.

       

       

      베토벤 / 교향곡 제3번 마장조 영웅
      Ludwig van Beethoven
      (1770 -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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