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봄비 / 조병화

차 지운 2016. 5. 10. 11:30


        봄비 / 조병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책상에 앉아, 창 밖으로 멀리
        비 내리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노라면
        문득, 거기 떠오르는 당신 생각
        희미해져 가는 얼굴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실로 먼 옛날 같기만 합니다
        전설의 시대 같은
        까마득한 먼 시간들
        멀리 사라져 가기만 하는 시간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그 속에, 당신과 나, 두 점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갑니다

        이런 아픔, 저런 아픔
        아픔속에서도 거듭 아픔
        만났다가 헤어진다는 거
        이 세상에 왜, 왔는지?
        큰 벌을 받고 있는 거지요

        꿈이 있어도 꿈대로 살 수 없는
        엇갈리는 이 이승
        작은 행복이 있어도 오래 간직할 수 없는
        무상한 이 이승의 세계
        둥우리를 틀 수 없는 자리
        실로 어디로 가는 건가

        오늘따라 멍하니 창 밖으로
        비 내리는 바다를
        온종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왈칵, 다가서는 당신의 얼굴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할수 없음은 - 이정하  (0) 2016.05.16
                      마음의 길 / 김재진  (0) 2016.05.13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0) 2016.05.07
                      그리움이 닿을 때까지  (0) 2016.05.06
                      여 백-도종환  (0)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