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긴 편지 / 나호기

차 지운 2016. 3. 28. 10:16


      긴 편지 / 나호기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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