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약 속 / 김남조外

차 지운 2016. 3. 22. 13:48


 

나무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 가는 동안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동행 / 이수동


분홍으로는 못 가는 길 초록으로도 못 가는 길
번갯불 천둥으로는 더더욱 못 가는 길
수정(水晶)의 투명만으로 그대에게 이릅니다

- 은발의 사랑 / 허영자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 첫사랑 / 김현태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어느 날

갑자기 더 불러 보고파서

가슴만 뭉클 차 오르며

또렷이 그려지는 그 모습이

꽃망울로 부풀어오르고

꽃잎 따내

하나 둘 기억을 따내고 나면

향기는 더 진하게 묻어나

혼절하던 이불 밑

향기만큼은 쏟아내던 그리움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中 / 김구식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 약 속 / 김남조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 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네가 눈가에 맴돌고 있지만
성긴 날개로는 네게 갈 수 없어
마음만, 마음만 저리고 아픈 날,
너에게 엽서 한 장 보낸다
아직 쓰지 못한 사연
저 깊은 안개, 안개 속으로.


- 엽서 / 홍해리


 


당신을 처음 만난 떨림 패랭이꽃 한 다발 꺾어

붉어지는 얼굴 꽃 속에 감추고

당신 향기만 마음에 담았습니다
산길을 내려오다 저 멀리 빨간 양철 지붕 위
종탑 사이로 들려 오는 종소리에
간절한 죄 사함은 하늘에 고백하고
당신 사랑만 마음에 담았습니다
넓은 길을 버려두고 좁은 길로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고단한 길
바람 불어 잔가지가 흔들려도
당신 은혜만 마음에 담았습니다
가난한 영혼에 스며드는 등(燈) 밝혀
고난의 닻을 내리고
깊어져 가는 당신 믿음만 마음에 담았습니다


- 박현진, 사랑에 닻을 내리고

우리는 유기되었다

세계와 거의 비슷해지는 중이다

없애려 간 곳에서 얻어서 돌아올 것임을 안다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몸이 부풀어 오른다

예쁜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게 될 것이다


- 연인 中 /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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