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 가는 동안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 동행 / 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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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으로는 못 가는 길 초록으로도 못 가는 길
번갯불 천둥으로는 더더욱 못 가는 길
수정(水晶)의 투명만으로 그대에게 이릅니다
- 은발의 사랑 / 허영자
![](https://t1.daumcdn.net/cfile/blog/2124314653CA5CC71D)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BF14754361E1313)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 첫사랑 /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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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어느 날
갑자기 더 불러 보고파서
가슴만 뭉클 차 오르며
또렷이 그려지는 그 모습이
꽃망울로 부풀어오르고
꽃잎 따내듯
하나 둘 기억을 따내고 나면
향기는 더 진하게 묻어나
혼절하던 이불 밑
향기만큼은 쏟아내던 그리움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中 / 김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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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 약 속 /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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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 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