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후회뿐인 기도 / 이해인

차 지운 2015. 12. 22. 13:05

        후회뿐인 기도 / 이해인

        어떤분은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고
        큰 소리로 고백 했는데
        두고 갈 것만 남아 부담스럽다고
        고백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습관 처럼 미리 말해둔 것도
        매우 부끄러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한 것이 후회됩니다
        기도를 제대로 못하면서
        남에게 기도를 가르치려 한 것도 후회됩니다
        진정 후회 없는 기도를 바치는 것이
        세상에서 참 어려운 일이네요
        오래고 오래된 사랑의 하느님
        저의 게으른 푸념을
        항상 내치지 않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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