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노창선
우리는 섬이 되어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오고 가는 이 없는 끝없이 열린 바다
문득 물결 끝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그러나 넋의 둘레만을 돌다가 스러지는
불빛, 불빛, 불빛, 불빛
외로움이 진해지면
우리들은 저마다의 가슴 깊이 내려가
지난날의 따스한 입맞춤과 눈물과
어느덧 어깨까지 덮쳐오던 폭풍과
어지러움 그리고 다가온 이별을 기억한다
천만 겁의 일월(日月)이 흐르고
거센 물결의 뒤채임과 밤이 또 지나면
우리들은 어떤 얼굴로 만날까
내가 이룬 섬의 그 어느 언저리에서
비둘기 한 마리 밤바다로 떠나가지만
그대 어느 곳에 또한 섬을 이루고 있는지
어린 새의 그 날개짓으로
이 내 가슴속 까만 가뭄을
그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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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오세영
외롭지 않은 것은 섬이라 할 수 없다.
망망한 바다 위에 저 홀로 깨어 있어
거친 물 성난 바람에도 제자리를 늘 지킨다.
멀리 있지 않은 것은 섬이라 할 수 없다.
수평선 아득히 뭍으로만 귀를 열고
백년을 하루와 같이 해조음(海潮音)을 듣는다.
외롭지 않은 자는 시(詩)를 쓸 수 없으리
멀리 있지 않는 자는 시를 쓸 수 없으리
시인도 섬과 같아라 백지(白紙)위에 뜬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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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영혼의 섬 ... 조병화
내 마음 깊은 곳엔
나만이 찾아갈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쓸쓸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내 마음 가려진 곳엔
나만이 소리없이 울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고독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아, 이렇게
내 마음 숨은 곳엔
나만이 마음을 둘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만사가 싫어질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내 마음 보이지 않는
나만이 숨을 수 있는
외로운 영혼의 섬이 하나 있어
쓸쓸하고 쓸쓸할 땐
슬며시 그곳으로 숨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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