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득한 여백 - 김재진

차 지운 2018. 12. 12. 10:50




가득한 여백 - 김재진


 

만약에 네가 누군가에게 버림받는다면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으리라.

 

쏟아지는 빗줄기에 머리카락 적시며

만약에 네가 울고 있다면

눈물 멎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리라.

 

설령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때아닌 장미를 고른다 해도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웃기만 하리라.

 

가시에 손가락 찔린 네 예쁜 눈이

찡그리며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을 다만

안타까운 추억으로 간직하리라.

 

만약에 내가 너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온다면

쓸쓸한 눈빛으로 돌아서리라.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 긴 시간을

너의 후회가 와 채울 수 있도록

가득한 여백으로 비워두리라.

 



(Cantilene - Andre Ga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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