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들국 / 김용택

차 지운 2018. 10. 16. 10:40


패랭이/화가노숙자



      *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감국

                                        Forever You / Hi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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