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나그네 길 ♣◈
"해어름 저물녘에 허름한 걸망하나 짊어지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고있는
당신은 누구신게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그대가 날 알아서 뭣에 쓰려우?"
"그 냥반 까칠하시기는....
근데 어딜 그렇게 바삐 가슈?"
"나도 잘 모르겠수.
남들이 걸어가니 나도 안걸을 수 없어
뚫린 길로 무작정 걸어갈 밖에는...."
"어처구니 없구려...목적지가 분명치않다면
그렇게 바삐 가야할 까닭 또한 없지않소.
"거 모르는 소리 작작허슈.
요즘 세상엔 바쁜척하지않으면
바보로 알고 등쳐먹기 십상인 세상이라우."
"거 뭐 등쳐먹을것도 없어보이누만....
짊어진 걸망에는 뭐가 들었수?"
"옛날엔 다리가 휘청거릴정도로 가득 들어있었는데
정신없이 걷는동안 슬금슬금 빠져나가
지금은 바람만 가득한 빈 걸망이라우."
빠져나간게 뭐시당가요?
"궁금한거 많아서 배부르시것수다...뭐긴 뭐겠수?
최고가 되고야 말리라는 가열찬 젊은날의 꿈!
별빛같은 사랑을 염원하던 빛바랜 추억...뭐 그딴거지...."
"다 빠져나간 빈 걸망을 그럼 뭣허러 짊어지고 계슈?"
"거 바보같은 질문만 골라서 하시는구랴.
빈 걸망이니마 짊어지고있지 않으면
인생나그네가 길을 걸어가는 맛이 나나 맛이....."
"그렇구려! 바보같아서 미안허우."
"알믄 됐수." "그럼 살펴가슈~~"
"그 냥반 참 실없기는....그나저나 댁도 참 안됐수.
나 처럼 바빠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글케 할일이 없어서야....."
"거듭 미안허우~"
-Summer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