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하루에 한 번쯤은 / 박석구

차 지운 2018. 4. 7. 11:25




그림/화가장용길


+ 하루에 한 번쯤은 / 박석구

하루에 한 번쯤은 혼자 걸어라.
세상 이야기들 그대로 놔두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라.
말이 되지 말고 소가 되어
나에게 속삭이며 혼자 걸어라.
괴로움이 나를 따라오거든
내가 나에게 술도 한 잔 받아주고
나를 다독거리며 혼자 걸어라.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
마음은 어느 사이 푸른 들판
잊었던 꽃들이 피어나고
고향 내음새 되살아나
내 가슴을 울리는 나의 콧노래
하루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나를 만나며 살아가거라.





+ 가벼운 금언 / 이상희

―기적을 믿니?

이렇게 낡은 손으로 쓰는
약속을, 사랑을 너는 믿겠니?
빈 食器를 햇볕에 널고
오늘은 가벼운 금언을 짓기로 한다
하루에 세 번 크게 숨을 쉴 것,
맑은 강과 큰 산이 있다는 곳을 향해
머리를 둘 것,
머리를 두고 누워
좋은 결심을 떠올려 볼 것,
시간의 묵직한 테가 이마에 얹힐 때까지
해질 때까지
매일 한 번은 최후를 생각해 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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