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사랑 - 김지하

차 지운 2017. 6. 21. 15:43
   




사랑 - 김지하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누굴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기대 있는 것은

한밤중 열두 시가 지난 시간

당신도 자고 아이들도 잠든 시간

담 건너 고양이 울음도 죽은 시간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시간

깨어 있다는 것

죽기보다 더 버리고 싶은 일

알겠어요 이 시간

내가 기대고 있는 까닭

내가 기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누구라도 좋지요

돌멩이라도 좋고

쓰레기라도 좋고

잿더미라도 좋지요

사랑하겠다는 것.

 



(그대 생각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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