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살아있음의 의미 / 밝은 달만

차 지운 2017. 3. 24. 15:36

- A Strange Awareness


살아있음의 의미 / 최인호

 

살아 있음은 초가을 황혼 무렵

풀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같은 것.

조용히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다.

풀과 풀이 엮는 풍금 소리를.

 

잠시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

우리들이 살아서 속삭이며,

악수를 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바람이 불면 잠시 누웠다 일어서는 풀처럼.



與黃師是(여황사시)

 

簾捲穿窓戶不?
隙塵風葉任縱橫
幽人睡足誰呼覺
倚枕床前有月明

주렴을 뚫어진 창문에 말아두고

사립문 빗장은 채우지 않으니
문틈 먼지와 낙엽이 이리저리 날리네
하릴없는 사람은 잠에 떨어졌는데

누가 불러 깨우리오
침상에 기댄 앞에 밝은 달만 있노라

- 함께 금강경을 공부하던 친구 황사시에게 보냄
소동파 (蘇東坡, 1036.12.19 ~ 110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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