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강가에 키큰 미루나무 / 김용택

차 지운 2016. 8. 29. 13:27



            선연(善緣) / 우학스님

             

            다시는 만나지 않을듯이 돌아선 사람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전혀 엉뚱한 자리에서 마주친 적이 있지

            대수롭잖게 생각했던 바람결 같은 인연들이

            후일 필연이 되어 내곁에 머문적 있지

             

            세상의 일들은 묘하고 묘해서 기약없는 일들이 많다네

            만나는 사람 원수일랑 맺지말고

            내 귀에 닿는 그의 목소리 하찮게 듣지말고

            내눈에 들어 오는 그의 모습 거울속에 나인듯 챙겨

            어쨌든 성의 있게 인연 대하라

             

            대하고 잇는 그사람 반드시 만나리니

            먼 뒷날도 생각 하기전 (善緣) 으로 놓치지 마라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물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Marisa Robles, Harp  

The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