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면목 本來面目 / 해안스님
푸르고 빈 하늘
넓고 아득한 땅
높은 산 깊은 바다
붉은 꽃 푸른 버들
그 어느 것이 님의 얼굴 아니랴
꾀꼬리 노래 제비의 지저귐
부엉이 두견이 개구리 울음
바람소리 물소리
그 어느 것이 님의 소리 아니오리
천지에 명랑한 태양
태양에 빛나는 새금치
십오야 밝은 달
거리에 휘황한 전등
풀 속에 반짝이는 반디
그 어느 것이 님의 빛이 아니오리
뭉게뭉게 타오르는 백단향 전단향
아침 이슬 머금은 장미화
영산홍 왜철쭉 진달래
진흙 속에서 솟아 피는 백련 홍련
그 어느 것 하나 님의 향기가 아니오리
오욕에 빠져 즐기는 중생들아
너 즐기는 것 火宅임을 알아라
내 가슴에 타는 불이 꺼져야
네 눈이 걸림 없이 밝아서
님의 얼굴을 친견하리라
육근에 종노릇 하는 인생들아
종소리 들으면 북소리에 어둡고
피리소리 들으면 물소리에 막히나니
이러고야 님의 소리를 들으리라
사랑과 미움과 질투의 줄로
묶여서 버둥대는 중생들아
놓아라, 실답지 못해 애욕의 줄을
이 때문에 多生을 두고 윤회하지 않는가
적라라赤裸裸 적쇄쇄赤灑灑한 청정한 몸만이
만고불변 님의 광명을 받으리라
삼독의 고해에 허덕이는 중생들아
지혜의 보검을 잡아서
무명의 번뇌를 메어버려라
생멸이 다하고 적멸이 현전할 때
비로소 님의 그윽한 향내를 맡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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