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차 지운 2016. 5. 19. 10:14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 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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