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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흡 / 대승찬 28

차 지운 2015. 6. 11. 11:18

한 호흡 /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 시집<맨발> (창비, 2004)

 

 

 
28.  꼭두각시 나무사람이 도를 닦는 것 같으니

      어느 때에 피안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機關木人修道 何時得達彼岸  - 지공화상의 <대승찬>


소가 끄는 달구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를 채찍질 해야 할까요, 달구지를 채찍질 해야 할까요?
(침묵)
채찍 맛이 어떻습니까?
(침묵)

바로 지금 소를 살아움직이게 하고, 달구지를 굴러가게 하는

한 물건이 여기 이렇게 살아움직이고 있습니다.

온 우주 삼라만상이 바로 이것이 살아움직이는 소식입니다.

이것을 분별하여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앎과 모름이란 분별에서 자유로운 것이 이것입니다.

알 수도 없고 모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명합니다.

피안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피안에 도달한 것입니다.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전혀 없는 곳,

너무나 당연한 자기 존재가 있는 곳,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단박에 깨달아 단박에 닦아 마칩니다.

번뇌 망상 속에 있을 때에도 결코 여기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고요한 선정의 기쁨 속에 있을 때에도 결국에 여기 이 자리일 뿐입니다.

 

- 몽지릴라 밴드에서 


 

Una Spiga Dorata Dal Sol - Melinda Dumitres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