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명상
따끈한 커피, 차 한 잔을 준비합니다.
찻잔을 바라보십시오.
찻잔의 모양이 보입니다.
눈을 감았다 떠 보십시오.
찻잔의 모양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납니다.
그런데 사라지지도 새롭게 나타나지도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경험 자체에 머물러 있으십시오.)
찻잔을 두 손을 만져 보십시오.
양손에 찻잔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손을 떼 보십시오.
손바닥에 남아있던 온기가 점점 사라집니다.
찻잔의 온기는 드러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드러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역시 생각으로 헤아리지 말고 자신의 경험 자체로 머무십시오.)
차의 향기를 맡아 보십시오.
은은한 커피 향이 후각을 가득 채웁니다.
찻잔을 내려놓고 가볍게 심호흡 해 보십시오.
커피 향은 희미한 여운만 남긴 채 사라집니다.
커피 향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남아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 자신의 경험에 머무는 것이 익숙해집니까?)
마지막으로 찻잔을 들어 맛을 보십시오.
입술과 혀끝으로 따스한 온기와 함께 커피, 또는 차의 맛이 전해집니다.
쌉쌀함, 고소한 풍미, 약간의 신맛이 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피의 맛은 점점 옅어집니다.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제 아시겠습니까?)
찻잔을 보는 그것,
찻잔의 온기를 느끼는 그것,
차의 향기를 맡는 그것,
차 맛을 보는 그것이 서로 다른 것일까요?
바로 지금 이 글을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그것은 무엇입니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의 경험에 머물러 보십시오.)
좋은 아침입니다!
- 몽지와 릴라 밴드에서
영상(경계境界)과 스크린(자성自性)
당신은 영상
나는 스크린
당신은 총칼로 나를 피로 물들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님을 떠나 보내기도 합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불타거나 이별하거나 당신을 탓하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텅빈 적멸(寂滅)의 객석을 향해
밤낮을 홀로 불밝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영화만 끝나면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은 언제든지 오실줄만은 알아요
나는 태어나거나 죽는 일이 없이 영생(永生)함을 아실테니까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새날을 맞이합니다
당신은 영상
나는 스크린
* 한용운 님의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을 읽고
내안의 영성과 인연을 그려본 저의 졸시입니다 / 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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