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오가피꽃 / 멈추면 보인다

차 지운 2015. 11. 17. 11:57

 


오가피 꽃 / 백승훈

 


지난 여름
어머니 없는 고향 집에 가서
마당가에 홀로 선 오가피나무 꽃을 보았네

봄이면 새순 뜯어 나물 무치고
가을이면 열매 따서 술을 담그고
줄기는 잘라 말려 차를 끓여 주시던
어머니가 생전에 아끼시던 오가피나무

오가피나무처럼
자식에게 모든 것 다 내어주고
어머니 먼길 떠나시도록
어찌하여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꽃

떠난 뒤에야 그리운
어머니 미소
가시 많은 가지 끝에
자잘한 꽃송이로 피어나고 있었네 

 

- 지평님 제공

 

 

 

 

멈추면 보인다

 

바쁜 일상 가운데 단 5분만이라도

모든 것을 멈추고 고요히 있어 보십시오.
과거와 현재와 미래, 여기 저기 거기로 치달리던 마음을

바로 지금 눈앞에 가만히 놓아 두어 보십시오.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도 않고, 특별한 느낌이나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십시오. 아무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숨은 저절로 쉬어지고,

심장은 열심히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할 일이 없는 의식은 잠재적인

가능성의 상태로 눈앞에 살아있습니다.

나와 세계의 형태로 이 살아있는 의식, 마음이 이렇게 드러나 있습니다.

의식인 허공, 허공인 의식이

나 자신의 외면세계와 내면세계로 이렇게 드러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눈앞의 세계, 내면세계와 외면세계,

나와 세계 전체가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마음, 의식 자체입니다.

이미 의식, 이미 마음, 이미 자기이므로

다시 의식을, 마음을, 자기를 찾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찾았다 하더라도

이미 있는 의식, 마음, 자기 위에 드러난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찾았던 것들,

깨달았던 것들, 체험했던 것들은 무상하게 변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 의식인 허공,

허공인 의식, 이 눈앞은 그대로입니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고, 보아야 비로소 멈출 수 있습니다.

참으로 거대한 역설입니다.

 

- 몽지릴라 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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