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11월 / 오세영

차 지운 2021. 11. 7. 19:20








11월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 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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