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0월 - 기 형도

차 지운 2021. 10. 31. 15:03
      10월 - 기 형도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 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이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을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비명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란의 연(緣) / 류시화  (0) 2021.11.28
11월 / 최갑수  (0) 2021.11.07
한결같다는 말  (0) 2021.10.24
좋은 음악은...  (0) 2021.10.17
그 幸福은 나에게 다시 돌아 올것 입니다 !  (0)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