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Beethoven, Symphony No.1 in C major, Op.21

차 지운 2021. 10. 3. 14:56

베토벤 / 교향곡 제1번


Beethoven, Symphony No.1 in C major, Op.21
베토벤 교향곡 제 1번  다장조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I.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II. Andante cantabile con moto, 
 III. Menuetto: Allegro molto e vivace,    IV. Adagio - Allegro molto e vivace


Directpr-Leonard Bernstein
Orquesta Filarmonica de Viena



베토벤이 교향곡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30세에 가까웠을 무렵으로 작곡가로서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때이다. 그러므로 그가 그때까지 교향곡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무척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당시 교향곡이란 장르는 작곡가라면 꼭 써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도 나이로 봐서 훨씬 이른 시기에 교향곡을 썼다. 까닭이야 어쨌든 베토벤이 이처럼 늦게 교향곡을 썼다는 것은 그가 교향곡 작곡에 매우 신중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빈 체재 시기인 1799년에 본격적으로 작곡이 시작되었지만 소재나 스케치는 훨씬 이전인 1796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을 발판으로 삼아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같은 선배 작곡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길로 나아가고자 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첫 교향곡을 내놓음으로써 그때까지의 자신에 대한 빈 음악계의 평가를 한 단계 더 높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겠다는 야심찬 선언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베토벤의 신고식은 화려했다. 베토벤은 30세가 되던 1800년에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하고 1800년 4월 2일에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그날 음악회 프로그램은 휘황찬란하기 그지없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으로 시작해 하이든의 <천지창조> 중 몇 곡의 아리아와 중창이 연주되고, 베토벤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과 실내악곡이 연주된 후 음악회 마지막 순서로 베토벤의 첫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당시 이 정도로 긴 음악회는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빈의 세 거장들의 작품이 한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그날 베토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작품과 함께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며 암묵적으로 자기 자신을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거장 음악가들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베토벤 스스로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음악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선언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일반음악신문>에 실린 음악회 평을 보면 베토벤의 교향곡 1번에 대해 “대단한 예술, 새로운 작품, 아이디어의 충만함”이란 표현이 보인다. 그러나 “목관이 남용되어 전체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치고는 목관의 음향층이 너무 두터운 것”이란 비판도 보인다. 이는 이 교향곡의 혁신적인 음향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사실 이 곡의 파격적인 점은 단지 목관악기의 용법뿐만이 아니다. 엉뚱한 1악장 도입부와 느리지 않은 2악장, ‘스케르초’나 다름없는 미뉴에트 악장,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4악장에 이르기까지 베토벤이 그의 첫 교향곡에서 시도한 대담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베토벤은 애초에 그의 첫 교향곡을 그의 전 후원자이자 고용인인 본의 선제후 막시밀리안 프란츠에게 헌정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시밀리안 프란츠는 이 교향곡의 오케스트라 파트보가 출판되기 5개월 전인 1801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마음을 바꾸어 베토벤의 또 다른 후원자인 슈비텐(Gottfried van Swieten) 남작에게 이 곡을 바쳤다. 슈비텐 남작은 음악에 대단히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로 하여금 모차르트에게 오페라 <후궁 탈출>의 작곡을 위촉하도록 추천하기도 하였으며, 에스테르하지 후작 가문으로부터 벗어난 하이든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면서 오라토리오 <사계>의 대본을 제공하기도 했다. 
만년에 슈비텐 남작에게 온 마지막 천재가 남작과 같이 네덜란드에 가문의 뿌리를 둔 베토벤이었다. 베토벤은 슈비텐 남작의 서가에서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손때가 묻은 바흐와 헨델의 악보를 꺼내 볼 수 있었고, 이는 그에게 평생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슈비텐 남작은 베토벤의 첫 번째 교향곡을 헌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었다. 베토벤이 슈비텐 남작에게 그의 첫 교향곡을 헌정한 것은 의미심장한데, 이로써 그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전의 형식에서 탈피하려는 다양한 시도들
베토벤 교향곡 1번 1악장 서주의 도입부는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 왔다. 서주의 첫 화음은 C장조의 으뜸화음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F장조의 딸림7화음으로 시작한다. 이런 화음은 곡을 시작할 때보다는 곡이 끝날 때에나 적합한 화음이다. 게다가 목관과 호른의 화음이 현악의 피치카토로 강조되고 있어 더욱 끝나는 느낌을 준다. 청중을 놀리는 듯한 의외의 도입은 베토벤이 던진 일종의 농담처럼 느껴진다. 베토벤의 스승 하이든도 종종 이런 방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베토벤은 더욱 노골적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런 괴상한 도입 화성에 대해 비판했지만 베토벤은 그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발레 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의 서곡에 똑같은 화성적 실험을 감행했다. 

놀라운 서주에 이어 템포가 빨라지고 현악기가 빠른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본격적인 제시부가 시작되고 첼로와 오보에 사이의 대화가 이어진 후 매우 모험적인 전개부가 펼쳐진다. 전개부에서는 바순과 오보에, 플루트로 이어지는 목관의 릴레이가 나타나 즐거움을 준다. 1악장 말미에는 감각적인 목관악기의 충만한 음향과 상승하는 트럼펫 팡파르가 나타나 더욱 화려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1악장은 파격적으로 새로운 음악이라 할 수는 없어도 주제를 추진력 있게 몰고 가는 세부 전략에 있어서는 베토벤다운 개성이 충분히 드러난 명곡이라 할 만하다.
교향곡 1번의 2악장은 교향곡 2악장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서정적이고 가요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음악평론가 마이클 스타인버그도 지적했듯이 이 곡은 베토벤이 비슷한 시기에 작곡한 현악 4중주 4번(Op.18-4)의 2악장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주며, 산책하듯 가벼운 빠르기의 심각하지 않은 음악이다. 각 성부들이 서로를 뒤따르며 음악적 유희를 만들어내고 팀파니가 강박적인 부점 리듬을 반복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베토벤은 전통대로 3악장을 미뉴에트라 불렀으나 정작 음악을 들어보면 옛 프랑스 궁정무곡과 별 관련이 없다. 한 마디를 한 박으로 지휘해야 할 정도로 매우 빠른 3박자로 진행되고 있는 이 곡은 재기발랄한 스케르초이지 결코 점잖은 미뉴에트라 할 수 없다. 아마도 베토벤은 전통을 의식해 3악장에 미뉴에트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도 정작 음악 자체는 자신의 충동에 따라 스케르초로 작곡했는지도 모르겠다. 스케르초 같은 미뉴에트에 따라붙은 트리오도 위트에 넘친다.
느린 서주로 시작하는 4악장 역시 충격적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교향곡에 익숙한 청중이라면 으레 빠르고 활기찬 4악장 도입부를 기대하겠지만, 베토벤은 엉뚱하게도 느린 도입부로 시작한다. 현악기가 머뭇거리며 연주하는 어설픈 음계는 갑자기 빠르게 변해 4악장의 주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4악장의 마지막 부분도 역시 화려한 음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코믹한 도입부와 완벽한 세트를 이룬다.



 

Beethoven, Symphony No.1 in C major, Op.21

Berli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I.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이 아다지오 악장에서 서주는 명암 변화와 강약 대비가 뚜렷하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경우보다 서주가 좀 더 본질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알레그로 콘 브리오(힘차게 빨리)의 활기찬 주요부는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며 바이올린의 제1주제로 시작한다. 이 부분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의 제1주제와 유사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보다는 야성적이며 진취적이다.
짧은 경과구가 나온 후 제2주제가 오보에와 플루트에 의해 서로 응답하듯이 온화하게 등장한다. 그 후 제1주제를 사용한 코데타(작은 코다)로 제시부가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제1주제의 구성 재료에 토대를 두고 장대하고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구축해 나간다. 이윽고 모든 악기로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곡은 재현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제시부를 다시 자유롭게 보여주면서 악장이 마무리된다.

 

 

II. Andante cantabile con moto,   
소나타 형식. 아름다운 선율은 이미 낭만적인 감정이 흐르고 있다. 제1주제는 제2바이올린으로부터 시작하며 모방하듯이 계속 진행된다. 이 부분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제2악장의 첫 부분과 비슷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2주제는 쉼표를 중간에 두어 유동적인 느낌을 준다. 얼마 후 팀파니가 들려오는 대목도 혁신적이며 인상적이다. 발전부는 제2주제의 처리로 시작되며 다시 팀파니를 도입한다. 그러나 결코 장대한 것은 아니다. 얼마 후 제2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들려주며 재현부가 시작된다. 이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대위법적이다.

 

 

III. Menuetto: Allegro molto e vivace,   
3부 형식. 미뉴에트이지만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단아하며 우아한 미뉴에트와는 달리 성격적으로 오히려 스케르초에 가깝다. 강약의 대조,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대비와 같은 수단으로 약동감을 낳으며 분방한 성격을 띠고 있다. 제1부는 상승하는 주제로 시작하며, 정력적인 격렬함을 보여준다. 음계적인 진행은 다음 4악장의 제1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악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간 트리오는 드물게도 제1부와 같은 조성으로 되어 있다. 그 후 제1부가 재현되어 악장이 끝난다.

 

 

 IV. Adagio - Allegro molto e vivace
아다지오의 서주는 강렬한 G음의 유니슨 후에 바이올린이 차례대로 음계를 구성해 가는 독특함을 지닌다. 그리고 이 음계가 이어지는 알레그로 몰토 에 비바체 주요부의 제1주제를 이루게 된다. 이 주요부는 소나타 형식을 택하고 있으며, 제2주제는 역시 바이올린에 의한 밝은 선율을 지니고 있다. 발전부는 이 두 주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재현부는 제시부보다 얼마간 단축된다. 그리고 다시 제1주제가 나오고 피날레로 들어가며 활기차게 전곡을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