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 오정자

차 지운 2015. 11. 9. 12:55







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오정자



아지랑이가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올랐을 때

사윈 햇살들이 풀무치들을 밟고 있었을 때

사뭇 그런 예감이 있었다

 

구한 시간들이 주춤되는 걸 보았을 때

에푸수수한 머릿칼로 나대고 싶었을 때

나침반을 버리고 길 잃으려 했을 때

희망조차 결별을 속삭였을 때

잠든 너의 아름다움을 묻지 않았다

  

베돌던 바람의 뒤통수를 보았을 때

개펄의 해산물 같은 약속을 남겼을 때

시린 잎사귀들을 보았을 때

나는 것들아 낯붉히지 말라 했었다

 

멈추지 말고 총총 흩어지라고

소멸의 강줄기로 사라지라고

겨진 어둠을 맛보라고

 

상사想思에 죽어갈 나무가 될지라도

태로운 빛의 알갱이들 한 계단씩 이동하고 나면

시골 정류장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렇게 어둠 속에 어둠 속에

보석들의 광채를 길이 담아 둔

밤과 같은 당신에게



Chanson Simple / Patricia K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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