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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여름아침 / 참다운 공양

차 지운 2017. 5. 16. 16:13


+ 비갠 여름 아침 / 김광섭

비가 갠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 가산님 제공


          문수의 형상을 후려친 무착 선사

          중국의 무착문희선사는
          문수보살을 만나려는 서원으로 오대산을 참배한다.
          그리고 한 동자를 만나서 게송을 듣는다.

          ‘성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面上無嗔供養具)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口裡無嗔吐妙香)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이 마음이     (心內無嗔是珍寶)
          언제나 한결 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無垢無染是眞常)’
          라는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리고 무착은 그 때부터
          밖으로 문수보살을 찾아 헤매던 마음을 그치고,
          자신의 성찰로 수행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착은 동지 팥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팥죽 솥 가득히 문수보살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문수를 눈앞에서 만났지만
          이미 무착은 문수보살에 집착하던 마음을 벗어난 때였다.
          그래서 주걱을 들어서
          팥죽 솥 속의 문수를 후려치면서
          ‘문수는 그대 문수이고 무착은 나 무착이다.
          [文殊自文殊 無着自無着]’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이미 문수에 집착하던 마음을 떨쳐버렸다고 한다.

          부처님 가르침은 진리에 집착하는
          법집(法執)까지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 나머지 잡다한 욕망은 쓸어버릴 하찮은 것이며,
          무상한 것임을 깨닫게 하는 연기법(緣起法)이 근본이 된다.

          『금강경』의 말씀처럼 강을 건너고 나서는
          뗏목을 버리고 가듯이
          이 세상의 그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쓸데없는 욕망에는 더더욱 초연히 벗어나는 삶을
          사리불존자의 일화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이다.                

          -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 해솔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