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가을입니다 / 김재진

차 지운 2016. 10. 9. 17:39



Claude Monet, Apple Trees on the Chantemesle Hill

 


        가을입니다 /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